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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가 위험한 이유. (feat. 시계태엽 오렌지)

by 랫서팬더K 2019. 11. 12.

영화 장면에 대한 설명이 조금 나옵니다. 약스포 주의하세요.

 

 

얼마전 개봉해서 전세계적인 이슈몰이를 했던 영화 조커. 뒤늦게 조커를 감상하고 내 마음이 이상해졌다.

 

조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인가? 조커를 동정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감독이 '살인에 대한 정당성'까지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조커가 사람을 죽일만 하네'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위험하지 않을까?

 

조커는 희대의 미치광이 살인마 내지는 광기의 화신 정도의 수식어로 알고 있었다. 그 유명한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의 조커에게서도 이와 크게 다를바 없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영화 '조커'가 끝날 무렵 조커가 경찰차 위에서 춤을 출때, 열광하는 시위대(폭도)들을 보며 몸에 전율이 흘렀다. 분명 악당의 탄생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내가 아는 조커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 또한 조커가 맞다.

 

조커는 선동자다. 그래 내가 알고 있던 조커는 이미 완성되어진 조커였구나. 선동을 즐기고 사람들로부터 혼돈과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천재적인 싸이코패스. 이 영화는 그 조커의 시작점에 있다. 조커는 자신이 선동자가 되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한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람들은 조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악당을 영웅이라 칭한다.

 

썩은 권력. 부패한 돈. 지칠대로 지친 도시. 그 도시의 내재적 분노를 조커가 건드리는 것이다. 가진 것들에 대한 복수. 공평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반격. 그 기폭제가 된 조커.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악당의 얼굴(가면)은 마치 브이포벤데타의 브이 가면처럼 시민들에게 퍼져나간다. 조커는 이 모습을 보고 강한 믿음이 생겼을 것이다. '모두 이 혼돈을 원하고 있었구나. 이들의 내면은 이미 나와같이 썩어 문드러졌다. 우리가 함께 손잡고 가야할 길은 파멸이다.'

 

 


 

영화 중간에 가면을 보고 브이를 떠올렸다면, 영화를 다 본 후에 떠오른 것은 '시계태엽 오렌지' 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다. 물론 조커와는 메세지 자체가 많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 한 후에 엄청난 수의 모방범죄가 일어났고, 영화를 만든 스탠리 큐브릭이 직접 상영금지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었다.

 

'조커'가 개봉할 당시에 뉴욕경찰은 극장 근처의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온라인 범죄 경계수위를 높였다. 

 

그럴만 하다. 이 영화에서 조커가 첫 살인을 저지르고 추는 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범죄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고 있다는 무서운 메세지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만큼 조커의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소름돋을 정도였다. 

 

 

서두에서도 말했듯, 이 영화는 위험하다.

 

범죄자는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정당성이 부여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내가 본 '조커'는 마치 미화하거나 정당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불쌍한 사람인 '아서 플렉'을 동정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가 '조커'로 변하는 과정과 참혹한 결과는 절대로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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